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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프로젝트에도 간단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정한 형식, 예를들어 날짜, 장소, 참여자 등 펙트만 나열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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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어떻게 투표하는가 혹은, 우리는 어떻게 동물에게 투표하는가?
선거제도의 변천사가 더 많은 이들을 정치적 의사 결정의 테두리 안으로 포함시키는 권리 확장의 과정이었다면, 그 제도가 미래에 직면하게 될 가장 급진적 도전 중 하나는 비인간-동물의 포함 여부이다. 서구 제도권 의회 정치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동물복지 향상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 또는 당 중심의 소위 ‘동물을 위한 대의 정치’에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 중에서 가장 억압당한 존재들의 의사가 정치적 데모스로서 선명히 드러나는 ‘동물에 의한 정치’의 가능성까지 상상해본다.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라면, 동물도 ‘정치적 인간’이 될 날은 올 것인가?
일시: 2020년 3월 12일 ~ 5월 31일
(일민미술관 <새일꾼: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에 보내시요”> 전시에 참여)
장소: 광화문 일민미술관
작가: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작품: 영상, 설치, 퍼포먼스
기후, 동물, 생태계 이슈를 다루는 창작 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와 워크룸 프레스가 함께 펴내는 ‘이동시 총서’ 첫 번째 책 『절멸』이 출간되었다. 시인, 소설가, 예술가, 학자, 활동가 등 35명의 저자가 참여한 이 책은 도래할 ‘질병 X의 시대’를 맞아 절멸을 막기 위해 당장 필요한 변화와 행동을 촉구한다.
오늘 우리는 동물로서 말한다. “지금처럼만 해라. 절멸의 성찬이 완성되리라.”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일어나던 2020년 여름, 세종문화회관 야외계단에서 기묘한 시국 선언이 이어졌다. 시인, 작가, 예술가, 활동가 들이 제각기 다른 ‘동물이 되어’ 절멸을 맞는 선언문을 낭독한 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한 명씩 서서 홀로 진행된 이 ‘동물들의 시국 선언’은 창작 집단 이동시와 생명다양성재단이 주도한 것으로 박쥐, 천산갑, 돼지 등 선언에 참여한 동물들은 대부분 감염병과 관련이 있다.
때로는 분노를 (“나는 죽는다. 그러나 돼지와 사향고양이와 천산갑과 밍크 그리고 다른 동물 누구도 더는 건드리지 말라!” / 박쥐 X 정혜윤), 때로는 경고를 (“내가 묻힌 땅. 내 피로 물든 강. 나를 스친 사람들. 나를 먹는 당신들. 모두 아프게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나, 아프기 때문이다. 나는 고통의 조각이기 때문이다. / 돼지 X 이슬아), 충고를 (“울어주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그 놓아줌이 절멸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오리 X 정세랑), 비명을 (“좁은 수조에 가두고 장난감 다루듯 저를 희롱하는 당신을 볼 때, 저는 목소리도 없으면서 비명을 지르고 싶습니다.” 뱀 X 요조), 그리고 채념을 (“이제 우리에겐 산 채로 가죽이 벗겨져서 목도리가 될지 아니면 산 채로 온몸이 갈려나가고 녹아내려 죽을지 이 두 가지 선택지뿐이네요.” 밍크 X 김도희) 담은 이들의 유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라는 증상과 그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현시대가 팬데믹에 처하게 된 근본 원인을 직시하라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절멸’밖에 없으므로.
변화 없이는 절멸뿐,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잃어갈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 사태가 그저 잠깐 동안의 시련일 뿐, 곧 일상을 회복하리라 순진하게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확진자 수와 경제적 손실(혹은 기회), 재난 지원금 액수에만 민감하게 반응할 뿐 우리가 바라는 ‘일상’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는다. 육지에서만 매년 600억 마리의 동물을 살육하고, 개발과 성장이란 이름으로 환경 파괴를 일삼으며, 점점 더 동물들의 서식지 깊숙이 파고들어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 벌어진 일이 바로 코로나 사태일진대, 그 ‘일상’이라는 것이 현재의 팬데믹을 불러온 근본 원인일진대, 과연 과거와 똑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이런 메가톤급 충격을 받았는데도 우리가 근본적인 변화는커녕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지조차 않는다면… 사실 그 무엇도 우리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답답한 인간을 향해 동물들은 아마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어리석고 무지한 게 인간이라면, 대체 짐승이라는 말은 왜 필요한 걸까요?”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질병 X는 곧 동물 X의 문제임을 깨닫고,(주) 우리가 자연・동물과 맺어 온 관계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여기 「절멸 선언문」이 말하는 예언이 이뤄지지 않길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희망이란 사실이다.
이야기와 동물과 시, 밑줄은 cmd(ctrl) + u
1부 「절멸」에 이어 ‘쓰레기와 동물과 시’를 주제로 한 시와 산문을 담은 2부, 그리고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당을 통해 동물을 해방시키고, 기후를 회복하고, 재야생화된 지구를 꿈꾸는 3부 「동물당」에 실린 글과 작품은 모두 지난 3년간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자초한 재앙을 막기 위해 창작 집단 이동시가 기울인 노력의 산물들이다. 수많은 작가, 예술가, 학자, 시민 들이 동참해 현재 우리에게 닥친 현실의 위기를 알리고, 함께하길 권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걸어 온 기록들이다. 이들은 묻는다. “사라지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바로 시이다. 살아 있는 움직이는 시. 파고 파내도 끝이 없는 이야기.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다. 세 가지 단어이지만,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동물이야말로 가장 생태적으로 함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일 분, 일 초마다 이야기가 피어나오기 때문이다.”
“수백만 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을 거쳐온 여행자들이 거의 한날한시에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 ”세상의 모든 가치와 소중함을 대신하여 절멸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에 공감한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동물들의 목소리에, 시의 생태계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